| 1 |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가망이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. | |
| 2 | 건드리기만 하여도 사나와져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. | |
| 3 | 누가 그와 맞서서 무사하겠느냐? 하늘 아래 그럴 사람이 없다. | |
| 4 | 그 무시무시한 다리 이야기를 어찌 빼놓으랴! 그 당당한 억센 체구를 어찌 말하지 않겠느냐? | |
| 5 | 그 겉옷 앞자락을 누가 헤칠 수 있으며 겹으로 입은 그 갑옷을 누가 젖힐 수 있느냐? | |
| 6 | 누가 그 턱을 벌리 수 있느냐? 줄지어 선 저 무서운 이빨, | |
| 7 | 방패 사이사이로 고랑진 등가죽에 단단한 돌인장으로 봉인한 것 같은 저 등, | |
| 8 | 바람도 틈 탈 수 없도록 서로서로 맞닿아 있고 | |
| 9 | 서로서로 얽혀 있으니 떨어질 리도 없다. | |
| 10 | 재채기 소리에 불이 번쩍하고 그 눈초리는 새벽 여신의 눈망울 같구나. | |
| 11 | 아가리에서 내뿜는 횃불, 퉁겨 나오는 불꽃을 보아라. | |
| 12 | 연기를 펑펑 쏟는 저 콧구멍은 차라리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구나. | |
| 13 | 목구멍에서 이글이글 타는 숯불, 입에서 내뿜는 저 불길을 보아라. | |
| 14 | 목덜미엔 힘이 도사려 있어 그 앞에서 절망의 그림자가 흐느적일 뿐, | |
| 15 | 뗄 수 없이 마구 얽혀 피둥피둥한 저 살덩어리를 보아라. | |
| 16 | 바위같이 단단한 심장, 맷돌 아래짝처럼 튼튼한 염통, | |
| 17 | 한번 일어서면 신들도 무서워 혼비백산하여 거꾸러진다. | |
| 18 | 칼로 찔러 보아도 박히지 않고 창이나 표창, 화살 따위로도 어림없다. | |
| 19 | 쇠를 지푸라기인 양 부러뜨리고 청동을 썩은 나무인 양 비벼 버린다. | |
| 20 | 아무리 활을 쏘아도 달아날 생각도 하지 않고 팔맷돌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구나. | |
| 21 | 몸둥이는 검불처럼 여기며 절렁절렁 소리내며 날아 드는 표창 따위에는 코웃음친다. | |
| 22 |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과 같아 타작기가 할퀸 땅바닥처럼 지나간 흔적을 남기며 | |
| 23 | 깊은 물웅덩이를 솥처럼 끓게 하고 바닷물을 기름가마처럼 부글거리게 하는구나. | |
| 24 | 번쩍 길을 내며 지나가는 저 모습, 흰 머리를 휘날리며 물귀신같이 지나간다. | |
| 25 | 지상의 그 누가 그와 겨루랴. 생겨날 때부터 도무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. | |
| 26 | 모든 권력가가 그 앞에서 쩔쩔매니,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 여기에 있다. | |